온통 꽃 도량이어요 꽃 속을 헤집는 바람도 예쁜 절
마음을 씻고 마음의 문을 열어 세상사를 다 포용한 눈으로 보아야 마음속으로 쏘옥 들어오는 절
꽃들의 왈츠가 하강 음계를 타면 가만히 서 있어도 옥양목 두루마기자락이 저절로 나부껴요
명부전에 휩싸인 꽃들에 취해 시왕(十王)님들께서도 사바(娑婆)의 인연을 내려놓고 쉬어가는 절
제5염라대왕도 명부를 덮어놓은 채 호명(呼名)을 잊어 꽃구경 와서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지요 늙으신 부모님 지는 꽃 즈려밟고 반야용선(般若龍船) 타실까
흐르는 눈물조차 꽃잎 되어 떨어지는 절
영원히 지지 않을 마음 꽃 한 송이 시왕전에 올리고 세월을 묶어봐야겠어요
*반야용선(般若龍船) : 사바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인 피안의 극락정토로 중생들을 건네주는 반야바라밀의 배(船)를 말한다.
|수 진| 서산시 팔봉면 출생. 2015년 계간 『문학청춘』 등단. 공저시집 『그때 그 자리에 있겠다는 것』 『시인 & 서산』 외 다수. 서산시인회, 서산여성문학회, 충남시인협회, 한국시인협회 회원, 서산시낭송회 회장, 소도사 주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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